러브리스 Loveless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Andrei Zvyagintsev

러시아, 프랑스, 독일, 벨기에, 미국│2017│127분│극영화

각자 새로운 애인을 만나 이혼을 준비하던 제냐와 보리스. 내놓았던 집이 팔리자 12살 난 아들 알료사의 양육을 놓고 갈등을 빚는다. 영화는 싸움이 있던 날 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두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된 알료사가 사라지자 뒤늦게 그의 행방을 쫓으며 실의에 빠지는 부모의 모습을 담는다. 아이를 찾는 과정에서 부부가 맞닥뜨리는 상황을 통해 현대 러시아 사회가 가진 도덕적 결핍, 내전과 관련된 정치, 사회적 문제들을 드러낸다. 뛰어난 촬영과 함께 잠깐 등장하는 알로샤 역의 마트베이 노비코프의 표정 연기가 진한 인상을 남긴다. 사랑이 없음을 의미하는 제목이 가진 공허함과 제목 이상의 폭력성이 담긴, 2014년 <리바이어던>을 연출한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의 묵직한 신작으로, 2017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제6회 무주산골영화제

2018. 06. 23. 토요일 무주전통문화의 집

진행 : 이용철 영화평론가

이용철) 

반갑습니다. 저는 이용철이라고 합니다.

러시아 영화는 거칠게 말해서 3단계 정도 나눌 수 있어요. 혁명기 이전의 실험적이고 혁명적인 영화를 다뤘던 20세기 초반의 영화와 우리나라에서 수입이 안 되는 스탈린 치하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다룬 영화, 그러다가 구소련이 해체되고 나온 러시아 영화가 있는데요. 이때 러시아 영화를 완전히 바꾼 전설적인 감독님 한 분이 등장합니다. 한국에서도 <노스텔지어>, <희생> 같은 영화로 알려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입니다. 그다음에 유명한 알렉산더 소쿠로프라는 감독과 방금 보신 <러블리스>의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입니다.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은 1964년생인데 2003년에 데뷔작이 나왔으니 나이가 마흔이 다 돼서 영화감독으로 데뷔를 했죠.

데뷔해서 지금까지 5편 정도의 영화를 찍었는데 베니스나 칸영화제를 휩쓸었어요. 2003년에 나온 데뷔작 <리턴>은 그해 베니스영화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탔고, 이후 타 영화제에서도 수상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죠. 두 번째 작품인 <추방>은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탔어요. 그다음 2011년 <엘레나>, 2014년 <리바이던>을 만들고, 그다음이 보신 <러블리스>입니다.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나 알렉산더 소쿠로프로 이어지는 러시아 영화의 경향과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습니다. 비슷한 경향은 롱테이크를 많이 쓴다는 것입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나 알렉산더 소쿠로프 감독에 비하면 롱테이크는 아니지만 <어벤져스> 같은 보통의 상업영화에 비하면 테이크가 길고 느립니다. 그렇지만 대중적인 면도 있어요. 물론 이 영화를 보고 이게 대중적이냐 말씀하시면 저도 할 말이 없지만,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에 비하면 상당히 대중적입니다. 실제로 이 감독이 만든 5편의 영화는 그렇게 어려운 영화들이 아닙니다. <러블리스>도 TV 드라마에서도 익히 다루는 소재이고 주제예요. 보여주는 방식 때문에 착각할 수 있으나 실제로 난해하거나 비대중적인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보신 작품은 제목이 곧 주제이기 때문에 영화 내용에 대해서 말씀드리기보다는 영화의 이미지를 통해 5편의 영화에서 공통으로 보이는 것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러블리스>를 먼저 이야기해 보죠.

감독은 이 영화에서 사랑의 의미를 남녀 간의 사랑보다는 가족, 이웃 간의 사랑 같은 보편적인 사랑에 중점을 둡니다. 그런 것들이 성소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감독은 기독교, 물론 러시아는 동방정교라서 기독교와는 다르지만, 기독교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와 비슷한 소재를 다룬 전작 두 편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영화 <추방>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아버지예요. 감독의 영화에서 가족이나 사회속에서 아버지라는 존재는 신과 가까운, 가부장의 의미보다는 중심이 되는 존재로 다뤄집니다. 아버지가 타락하거나 무너지면 사회적으로 무너질 수 있는 중심적인 존재로 아버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추방>에서 아버지이자 남편인 주인공은 범죄집단에 연루되어 있습니다. 어느 날 자기 부인이 자신의 아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고백을 합니다. 화가 난 남자는 여자를 폭행하게 되고 그 후로 부부관계가 상당히 소홀해집니다. 그 후 남자는 자기 형과 함께 불법 산부인과 의사를 데려와서 자기 집에서 아내의 유산 수술을 하게 됩니다. 그 날 아내가 죽어요. 영화 후반부에 다뤄지는 내용은 사실 이 여자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적이 없습니다. 남편의 아이를 임신을 했지만, 남편의 사랑도 점점 없어지고 남편이 범죄집단에 있으니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남편에게 경고성 발언을 한 거죠. 그런데 남편은 홧김에 아내에게 유산 수술을 시키고 결국은 아내는 죽음에 이르게 되죠. 심지어 아내는 수술대 위에서 죽은 게 아니라 자살을 한 것처럼 되죠.

오늘 영화와 일맥상통하는 거죠. <추방>은 가족 내에서 기초적으로 사랑이 없는 부부관계가 결국은 아내의 죽음까지 이르게 되는 작품입니다.

다음은 <엘레나>라는 작품입니다.

영화 <엘레나>는 재벌 남자의 간호를 하다가 그 남자와 재혼을 하게 된 간호사의 이야기입니다. 이 여자는 재혼한 갑부에게 받은 돈으로 전남편 사이에서 생긴 아들 집에 생활비를 줍니다. 엄마가 돈을 잘 갖다 주니 아들은 놈팡이겠죠. 그러다 보니 자꾸 아들 집안에서 엄마에게 의존적으로 됩니다. 근데 재벌 사람들은 냉정하죠. 한번은 아들이 엄청난 돈이 필요한 사건이 생겼는데 남편이 도와주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사건 끝에 여자주인공은 아들을 위해 남편을 죽이게 됩니다. 여자가 아들과 남편의 중에서 아들을 선택하게 됐고, 남편을 심장마비에 이르게 하는 약을 먹여 죽이게 되는 그런 내용입니다.

오늘 보신 영화와 주제가 똑같죠. 가족 안에서 남편과 아내의 사랑이 기본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그다음 영화 <리바이어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 속에서도 조금 전에 말씀드린 그런 가족 문제가 존재해요. 남편과 재혼한 아내, 남편 전처의 아들이 있죠. 근데 아들이 아빠와 새로 결혼하게 될 여자를 안 좋아하고, 폭행 등 이러저러하다가 아내는 죽게 됩니다. 

이렇게 세 영화를 말씀드렸지만 <러블리스>와 내용이 다르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가족 내에서 존재하지 않는 사랑이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그게 아이를 홀로 남기게 되고 그게 그 아이의 부정적인 미래로 이어지고… 이런 이야기가 감독 영화의 맥을 구축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항상 인간이 죄의식을 느끼게 되는 자세가 영화 속에서 많이 보입니다. 

<엘레나> (2011)

이 장면이 여자가 약물로 남편을 죽이고 난 뒤 모습입니다. 이게 죄의식을 느끼는 자세죠.

<리바이어던> (2014)

이 같은 경우도 옆에 있는 것이 고래 사체 같은 거죠. 커다란 사건이 벌어지고 난 다음에 바위 위에 소년이 앉아 있는데 저것도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게 되는 인간의 모습이죠.

감독이 왜 우리 사회에 저런 사건이 발생하는지, 사람들이 사랑을 맺지 못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방금 제가 말씀드린 몇몇 이야기로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감독은 이 문제에 대한 가장 큰 원인을 신과 인간의 관계, 현실적으로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서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감독의 데뷔작인 <리턴>에서 이 주제를 어떻게 이미지로 표현했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리턴>은 12년 만에 아들 앞에 나타난 아버지 이야기예요. 12년 전에 떠난 아버지의 존재를 모른 채 아들 둘은 어머니와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아들들은 처음으로 태어나서 아버지를 보러 방문을 엽니다. 

왼쪽 - <리턴> (2003) / 오른쪽 - 안드레아 만테냐 '죽은 그리스도'

아버지의 첫 등장입니다. 자는 모습인데 이 모습은 사실은 이 모습과 똑같은 모습이죠? 이거는 제가 상상하게 아니라 실제 그림을 가지고 이 장면을 만든 거예요. 똑같죠? 안드레아 만테냐의 ‘죽은 그리스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다룬 제일 유명한 그림 중에 하나예요. 왜 이 영화에서 이 그림을 다루냐면, 영화의 결과를 미리 말씀드려 죄송하지만, 이 영화의 엔딩에 가면 두 아들로 인해 아버지가 죽게 됩니다. 특히 말 안 듣는 둘째 아들 때문에 아버지가 죽게 되는데 그리스도를 죽인 것도 인간이었죠. 감독은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행위와 연결해서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라 생각을 하는 거 같습니다. 감독은 데뷔작에서부터 사람의 비극적인 운명은 어쩌면 예언된 것,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감독은 신은 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비극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사실 신이 존재하고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죄를 지을 수 있겠습니까? 감독은 인간이 저지르는 범죄, 사랑 없는 관계 등의 원인을 신을 버린 사람으로부터 찾는 거 같아요.

기독교적으로 볼 때 낙원에서 추방된다는 표현을 종종 들어 보셨죠? 우리가 보통 낙원의 세계를 이야기할 때 제일 많이 사용되는 개념이 에덴동산이죠. 에덴동산을 표시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뭐죠? 선악과죠. 지금 이 영화에서 첫 장편은 그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추방>의 첫 번째 시퀀스인데요. 주인공 차가 어디로 떠나고 있죠? 낙원으로부터 인간이 추방당할 운명이라는 것을 저런 식으로 보여주는 거죠. 그리고 나중에 부인이 죽고 난 뒤의 장면이죠. 이건 자기의 실수로 인해 부인이 죽고 난 다음에 낙원에서 쫓겨난 사람이 선악과 나무를 보면서 동경을 하는 거죠. 그래서 이 영화의 엔딩에서는 차 방향이 거꾸로 되어있죠. 추방됐던 사람이 낙원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주인공이 낙관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이 장면에서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자기 부인을 죽여서 현재는 비극이지만 어쨌든 낙원을 향해서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이 사람은 낙관론자라기보다는 섣부른 낙관을 경계하는 비관론자에 더 가깝다고 알 수 있습니다. 선악과의 개념은 방금 보신 영화에서 사과를 먹는 장면이 나오죠. 이게 그냥 사과를 먹는게 아니라 감독의 영화 전체 주제와 연결해 보면 이브가 먹는 사과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왼쪽 - <러브리스> (2017) / 중앙 -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티 '겨울' / 오른쪽 - 대 피터르 브뢰헬 '눈 속의 사냥꾼'

감독은 인간이 신을 죽인 행위, 신을 버린 행위, 스스로 사랑을 버린 행위가 사회와 가족의 비극과 불행을 가져온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추방>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에덴으로 돌아가는 차로 표현을 했다면 <러블리스>에서는 이렇게 보입니다. 이 장면도 앞서 말씀드린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거울> 속 장면과 닮았습니다. 사실 이 장면도 16세기 플랑드르 화가인 피터르 브뤼헐의 <눈 속에 사냥꾼> 그림과 비슷합니다. 이 그림은 사실 전체 그림의 일부입니다. 조금 전에 보여드린 영화 속 장면과 연결하고 싶어서 제가 한 부분만 확대했습니다. 그러면 이 장면이 의미하는 게 무엇일까요? 감독은 인간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창하게 신을 살려야 한다는 것보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복원했으면 하는 생각인 거 같아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아이가 날리던 연을 보여주면서 끝나잖아요? 이런 건 보통 관객만 알아요. 영화 속에서는 엄마, 아빠도 모르죠. 관객만이 아이가 보여줬던 절박함의 신호를 알아차리죠. 감독은 이 그림을 통해서 순수하고 인간적인 것들을 복원하고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관객에게 말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이제 질문을 받아야 합니다. 

제가 감독은 아니지만, 영화를 한 편이라도 더 본 사람으로서 혹시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시면 알면 말씀드리고, 모르면 모른다 하겠습니다.

관객 1)

마지막에 부부가 각각 재혼했어요. 그런데 남자 가정도 별로 행복해 보이는 거 같지 않고, 여자 가정도 분위기상 행복해 보이지 않는 느낌이거든요. 그게 일부러 그런 거죠? 행복하지 않은 게 맞죠?

이용철) 

그건 자연스러운 거 같아요. 

영화 속 아기가 아장아장 걷는 거 보면 1년 정도 지난 거 같은데 1년이 지나도 자기 아이를 못 찾았다는 말은 그 아이가 살아있을 확률보다 죽었을 확률이 더 높은 거잖아요. 그런데 부모 입장에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재혼을 했다고 해서 금방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면 이 영화는 엔딩이 이상해지는 거죠. 이 영화가 부모를 악당처럼 다루지는 않아요. 처음에는 이상할 정도로 사랑이 없는 사람이지만, 적어도 그 두 사람은 인간적으로 변화하고 깨닫고 있는 것은 보여주고 있는 거 같아요.

관객 2) 

생각이 정리가 안 돼서 질문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영화 속 뉴스에서 계속 우크라이나 난민 이야기가 나오고, 그리고 아이를 찾는 자원봉사들 이야기도 나와요.

러시아 사람들이 난민 뉴스에 처음에는 관심을 보이다가 나중에는 그들의 불행에 무관심해지는 반면에 자원봉사자는 말 그대로 군대처럼 주인공을 다루는 모습이 영화 속에 꽤 많이 차지하거든요. 그래서 뉴스를 통해 보이는 내용과 자원봉사자의 온정이 어떤 의도가 있을지요?

이용철) 

뉴스를 보여주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첫 번째는 일상에서 틀어져 있는 걸 보여주는 방식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일상의 모습을 찍을 때 뒤에 텔레비전이 보이는 건 당연한 거죠. 그럴 때는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장면은 사실은 별 의미가 없어요. 왜냐면 보통 우리가 텔레비전에서 듣는 것들이 어마하게 중요한 건 아니죠. 근데 이 영화에서처럼 무언가 번역이 계속되고 있거나 반복해서 등장하면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신호가 중요한 거예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 다루는 텔레비전 신호는 두 가지가 있죠. 하나는 종말이고, 하나는 전쟁이죠. 가족 단위의 사랑이 없는 것들, 그게 국가 간으로 확대되면 전쟁이 되는 거죠. 우리는 종말이라고 하면 비현실적이고 사이비 같은 생각을 하게 되지만 시리아의 경우만 보더라도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한 지역에서 제일 부유한 나라였는데 지금은 수백만이 죽고 몇 개 도시 이외는 다 폐허가 되면 그 사람들은 실제 종말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래서 이 영화에서 나오는 텔레비전 시그널들은 말씀하신 대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나오는 자원봉사자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는 사건이 벌어지기 전과 후가 완전히 톤이 달라요. 영화의 전반부는 일반적인 멜로드라마, 가족 드라마처럼 되어있어요. 후반부, 특히 수색하는 과정은 완전히 다큐멘터리처럼 되어있어요. 이 아이를 찾는 과정을 과학적이고, 실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다큐멘터리처럼 그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저런 내용을 다룬 영화들을 보면 ‘손이 시리지만 아이를 찾기 위해 일을 해야죠.’ 식의 신파로 다루는데, 저 영화에서 자원봉사자들을 보면 냉정하게 말을 하잖아요. 

이 영화에서 제가 놀랐던 장면은 ‘왜 강을 수색 안 하냐’라고 주인공이 물었을 때 ‘우리는 시신을 다루지 않습니다.’라고 자원봉사자가 대답해요. 그게 중요해요. 왜냐면 자원봉사자들은 살아있는 아이를 찾으려고 온 사람들이지 그 아이를 과학적으로 누가 죽였냐 확인하고, 시신을 찾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죠. 이렇듯 영화에서 다큐멘터리적으로 내용을 그리기 때문에 설득력 있게 다가올 수 있는 거죠. 말씀하신 부분을 정확하게 보신 것 같습니다.

관객 3) 

저는 이 감독의 영화를 처음 봤어요. 지루한 느낌을 가지고 봤는데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장면들을 설명을 해주셔서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영화를 보면 실종된 아이를 찾는 데 매우 낡고 스산한 건물들을 계속 보여줘요. 그리고 아이가 눈에서 뛰어노는 장면을 인상적으로 봤는데 바로 그 전 장면이 실종된 아이의 방의 벽지를 뜯어내는 걸 보다가 창문을 보는 장면이에요. 제가 잘 이해한 건지 모르겠지만, 이 작가가 가지고 있는 의도가 낡은 건물을 통해 개인적인 내면의 세계가 부서지고 황폐한 모습을, 다시 방을 리모델링하는 장면에서 구원 혹은 희망을 보여주려 한 거로 이해했습니다.

이용철) 

말씀하신 게 정확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거예요.

제가 그 장면을 읽는 방법은, 아이의 방만 굳이 롱테이크로 보여줍니다. 다른 방은 스쳐 지나가다 그 방에서 롱테이크로 가다가 점점 더 접근해서 창밖에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여주죠. 아이 방의 벽을 뜯어내고 무언가를 없앤다는 것은 이 아이의 시간, 이 아이가 버린 소년기가 끝난 것을 보여주는 거예요. 부모들이 아무리 아이를 찾으려 하지만 본인들이 행했던 결과로 이 아이의 시간은 여기서 끝이 났다는 것을 감독은 선언하는 거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창밖에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런 것들을 복원해야 하지 않겠냐고 제시하는 거 같아요. 그런 것들이 감독이 보여주는 장면의 매력인 거예요. 그냥 저 장면을 보여주면 '아이들 노는 게 뭐 어쩌라고'라고 할 수 있는데 말씀하신 거처럼 아이의 방이 다 뜯어지고 난 다음 바깥의 모습을 보여줄 때 주제가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거죠.

관객 4) 

감독이 신 혹은 아버지를 철학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건지, 아니면 종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이용철) 

감독이 종교적으로 했다는 건 제가 알아봤어요. 감독이 <리턴> 찍을 때 데뷔할 때여서 인터뷰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제가 어디서 읽었는데 <리턴>이라는 작품 자체가 종교적인 의미에서 찍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리턴>이 7일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기독교에서 7일은 무슨 의미인지 아시죠? 신이 만든 날짜잖아요. 7일이 끝나고 난 다음에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슬픈 일이 벌어지는 거죠. 

감독 본인은 성경의 의미를 많이 가져왔다고 하는데 너무 그렇게 심각한 의미를 줄 필요는 없고, 쉽게 말씀드리면 신과 사람이 멀어지는 것들이 비극의 시작이다. 그런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될 거 같습니다.

제 이야기가 영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회가 되면 내년에도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